광고회사는 왜 늘 사람을 뽑을까
2년 전, AE와 CD 역할을 혼자 맡으면서 각종 리포트까지 직접 작성하는 게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저연차 AE 채용공고를 올린 적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른 회사들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는데, 꽤 많은 회사들이 '상시 채용'이라는 말을 내걸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늘 뽑는다는 건 늘 자리가 빈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흔히 "사람 구하기 힘들어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광고회사 AE 자리는 지원자가 없어서 비는 게 아닙니다. TO 하나에 열 명 스무 명씩 몰립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지원자는 넘치는데 자리는 빈다
광고회사 AE 채용은 지원자가 부족한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부족한 것은 '적임자'입니다.
한 명 뽑는 공고에 수십 명이 지원합니다. 3년 미만 경력을 찾는 자리에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후보자가 지원서를 내기도 합니다. 본인도 연차가 맞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 냅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의 처우가 마음에 들지 않거나, 쉬고 있어서 어디든 들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원자 수만 보면 인력난이라는 말이 무색합니다.
그런데도 회사는 만족스러운 사람을 못 찾습니다. 지원자가 많다는 것과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채용공고가 원하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광고회사 채용공고의 자격요건이나 우대사항을 들여다보면, 애초에 존재하기 어려운 사람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저연차 채용공고가 그렇습니다. 3년 차 이하를 채용하면서 제안서 작성 능력, 입찰 수주 경험, 프레젠테이션 경험을 요구하거나 기대합니다. 그런데 이것들은 저연차가 갖기 어려운 능력입니다. 제안서의 전략 방향을 작성할 수 있는 3년 차, 경쟁 입찰을 수주해본 3년 차, PT를 주도적으로 끌고갈 수 있는 3년차는 매우 드뭅니다. 경력이 쌓이고, 본인 스스로 노력하고 공부해야만 가질 수 있는 능력입니다.
알면서 넣는 조건
여기에는 회사도 아는 속사정이 있습니다. 그 조건들을 갖춘 사람은 저연차가 아니라 대개 8년 차 이상의 중고연차 AE입니다.
일정한 수준의 제안서를 작성하고, 입찰을 수주해봤고, PT를 리드해본 사람 - 그런 역량이 쌓이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뽑으려면 그에 맞는 연봉을 줘야 하고, 많은 대행사는 그 연봉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감당 못 하니 그들은 지원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래서 저연차 공고에 그 조건을 얹습니다. "혹시 그만한 능력을 가진 저연차가 있다면", 혹은 "연봉을 낮춰서라도 올 사람이 있다면" 하는 기대에 가깝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건 8년차의 능력인데, 줄 수 있는 건 3년차의 연봉입니다. 그 간극을 공고 한 장으로 메우려는 것입니다.
검증된 사람은 이미 떠났다
제안서를 잘 쓰고, 경쟁 PT 경험이 있는 검증된 인력은 그 자리에 지원하지 않습니다.
광고업의 인력은 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경력을 쌓은 기획자는 더 큰 대행사로 옮기거나, 인하우스 마케팅팀 또는 스타트업으로 넘어갑니다. 더 안정적이고 처우도 낫고 비전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저연차는 격무와 낮은 급여를 못 버티고 다른 업종으로 빠져나가기도 합니다. 회사가 사람을 길러도, 그 사람이 제 몫을 할 때쯤이면 더 나은 곳으로 떠납니다.
특히 중소 대행사가 어렵습니다. 메이저 대행사에 비해 중소 대행사는 여러 면에서 불리합니다. 그래서 인력 유입은 적고 유출은 빠릅니다. 뽑아도 또 나가고, 나가니 또 뽑습니다. '상시 채용'은 그렇게 만들어집니다.
회사가 정말 원하는 것
그렇다면 질문을 다르게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것은 '사람'일까요, 아니면 사람의 '능력'일까요.
저연차 공고에 고연차의 능력을 적어 넣는 순간, 회사는 이미 답을 드러낸 셈입니다. 원하는 건 그 사람의 연차나 성장 가능성이 아니라 능력 그 자체입니다. 채우려는 건 자리라기보다 기능입니다. 브리프를 받아 전략 방향을 잡고, 그 방향이 왜 옳은지 논리를 세우는 그 앞단의 작업 - 며칠씩 걸리고 사람마다 결과물 품질의 편차가 큰 일을 안정적으로 해내는 능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문제는 그 능력이 연봉과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8년차의 능력을 원하면 8년차의 연봉을 줘야 하는데, 채용으로 푸는 한 이 조합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요구하는 능력은 8년차, 급여는 "회사 내규에 따름"이라는 채용공고가 반복되고, 자리는 계속 빕니다.
제안서의 앞단, 그 전략 방향을 잡는 일을 사람에 기대지 않고 해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저는 그 질문에서 시작해 AI AE Synapsis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채용공고를 올리기 전에,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이 회사 입장에서 본 풍경이라면, 그 구조 안으로 막 걸어 들어온 사람의 시점에서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채용만이 해결책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