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제안서와 쓸 수 있는 전략을 혼동하는 시대
AI로 전략 제안서를 만들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슬라이드가 만들어집니다. 시장 분석이 있고, 타깃 얘기도 나오고, 방향과 카피도 나옵니다. 처음에는 감탄사가 나오는데, 막상 그 제안서를 실제 경쟁 PT에 활용할 수는 없습니다.
광고 제안서만 이런 게 아닙니다. MS 365 코파일럿 라이선스 1,000개를 석 달간 시험한 결과가 2024년 영국에서 공개됐는데, PPT 슬라이드 제작은 평균 7분 넘게 빨라졌지만 품질은 오히려 더 낮았기 때문에 사람이 손을 봐야 했습니다. 흥미로운 건 그럼에도 사용자의 72%가 만족했다는 사실인데, 뭔가 그럴듯한 걸 쓴다는 기분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속도는 올라갔는데 품질은 떨어졌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AI를 기존 방식 위에 그냥 얹으면 결과물이 나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이 더 빨리 나올 뿐입니다. 왜 그럴까요?
양질의 데이터는 배웠지만 현장은 모른다
AI 전략 도구를 만든 해외의 한 개발자는 LLM을 명문 로펌의 신참 변호사에 비유합니다. 대법원 판례와 항소심 이론, 정제된 상위 0.01%의 문서로 훈련 받은 신참 변호사는 깔끔한 브리프를 씁니다. 그러나 서기 사무실 구석과 캐비넷에 쌓인 대다수의 지저분한 실무는 본 적이 없습니다. "세금 신고서 한 장 보여달라"는 한마디로 하루만에 합의가 끝나기도 하는 현장의 진짜 게임을 모릅니다.
광고 제안서도 똑같습니다. AI는 인터넷에 공개된 기획안, 컨설팅 자료, 마케팅 교재를 학습했기 때문에 "전략처럼 보이는" 것은 잘 만듭니다. 프레임워크 박스를 그리고, 3단계 구조 다이어그램을 넣고, 그럴듯한 카피를 뽑습니다. AI가 만든 제안서의 텍스트는 교과서적이고 정리되어 있어, 마치 MBB의 컨설팅 덱 템플릿을 보는 듯합니다. 그런데 그 잘 포맷된 덱을 원고로 프레젠테이션할 수는 없습니다.
잘 정리된 정보의 세트만으로는 경쟁 PT용 제안서를 만들 수 없습니다. 경쟁 PT에서의 제안서는 사실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가 '전략적'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인터넷에 없습니다.
진단이 여기서 갈린다
AI가 이런 전략을 제대로 못 짠다는 데는 많은 사람이 동의합니다. 자료를 아무리 학습시켜도 왜 전략이 나오지 않는지는 경쟁 비딩 전략을 짜주는 AI가 없는 이유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대개 결론이 같은 지점에서 멈춥니다. "그러니 전략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AI는 보조 도구일 뿐이다."
틀린 말은 아닌데, 이 결론은 문제의 절반만 본 것입니다.
같은 개발자가 다른 글에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습니다. 진짜 병목은 AI의 지능이 아니라 구조라는 것입니다. 모델이 아무리 똑똑해져도, 구조 없이 쓰면 결과물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더 위험해집니다. 똑똑해진 AI는 더 그럴듯한 결과물을 '전략적으로' 보이게끔 만들어내지만, 그럴듯해 보일수록 더 깊은 함정이 됩니다.
이 관점이 중요한 이유는 문제의 원인이 "AI가 덜 똑똑해서"가 아니라 "구조가 없어서"라는 점을 드러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원인이 바뀌면 해법도 바뀝니다.
구조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
대부분의 도구는 구조를 사람 쪽에 둡니다. 구조를 좋은 질문으로 바꾸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사람이 훈련하고, 훈련된 사람은 그 프롬프트에 따라 AI가 뽑은 초안을 검토하고 판단합니다. 구조는 사람의 머릿속에 있고, AI는 그 구조를 따라 재료를 나릅니다. AI가 전략 업무에서 실제로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사람에게 남기는지는 AI는 전략 업무를 얼마나 대신할 수 있는가에서 다뤘습니다.
이 방법은 안전하지만 한계도 분명합니다. 결국 좋은 전략을 뽑아내려면 사람이 그 구조를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데, 구조를 모르면 AI를 아무리 잘 써도 결과물은 크게 나아지지 않습니다. 도구가 사람의 실력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다른 방법은 구조 자체를 AI 안에 부품으로 장착하는 것입니다.
25년 넘게 광고 제안서를 써오면서 알게 된 유일한 진리가 있다면, 상황은 매번 다르지만 사람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방식에는 반복되는 구조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구조를 이루는 뼈대와 살의 모양과 이름은 매번 다르지만, 오랜 현장 경험을 통해 구조의 존재 자체는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Synapsis는 그 구조를 AI에 심어서 강제로 따르도록 설계했습니다. 입력값에 해당하는 정보를 넣으면 설계에 따라 전략적 방향을 도출합니다. 사람이 머리 싸매고 할 일을 AI가 대신하는 메커니즘입니다.
한 가지 분명히 해둘 점은, Synapsis가 생각해서 전략 방향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AI에게는 스스로 판단할 자아도, 사고도 없습니다. Synapsis가 전략 방향을 내놓는 것은 생각하는 사람이 설계한 구조에 따라 전략 방향을 생성하도록 프로그램됐기 때문입니다. 전략을 만드는 사고는 사람이 이미 끝냈고, Synapsis는 그 사고의 구조대로 브리프마다 실행할 뿐입니다. Synapsis가 브리프를 받아 실제로 어떻게 전략 방향을 만들어내는지는 AI AE는 어떻게 작동하는가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이 작업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경쟁 PT 제안서 작성 과정 자체를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기에, 세 계절에 걸쳐 프롬프트를 800줄 넘게 고쳐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AI가 따라야 할 규칙으로 번역할 수 있고, AI가 어디서 어긋나는지를 하나부터 열까지 일일이 교정해야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AI에게 현장을 가르치는 경쟁이 아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범용 AI가 전략 제안서를 제대로 못 만드는 이유는, 양질의 데이터는 차고 넘치게 배웠지만 현장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현장을 아는 사람이 그 구조를 설계해 AI에 넣으면 됩니다.
이것이 지금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의 진짜 축입니다. AI에게 현장을 가르쳐 더 똑똑하게 만드는 경쟁의 장이 있고, 현장이 만든 구조로 AI의 출력을 통제하는 경쟁의 장도 있습니다. 전자는 데이터와 모델 크기의 경쟁이고, 대기업의 영역입니다. 후자는 도메인 지식의 경쟁이므로, 현장 전문가에게도 기회가 있습니다.
모델 성능이 아니라 구조의 재설계가 승부를 결정짓는다는 것은 이 일이 개발자의 기술만으로도 현장 경험만으로도 안 된다는 뜻입니다. 경쟁 PT 제안서 작성까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그것을 AI가 따를 규칙으로 어떻게 번역하는지, AI가 어디서 어긋나며 그것을 어떻게 교정할지를 한 사람이 다뤄야 제대로 된 구조 설계가 가능합니다.
Synapsis는 AI AE입니다. 슬라이드 디자인 도구는 이미 넘치지만, 경쟁 PT와 입찰 참여에 목마른 광고회사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전략 방향을 만들어내는 세컨드 브레인입니다. Synapsis는 그런 필요에 맞게 프로그램되었기 때문에, 광고회사들에게 전략 방향 그리고 시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제공합니다.